여름철에는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작업 환경도 달라집니다.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프린터가 있는 공간의 공기 흐름도 평소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시원한 바람이지만, 출력 중인 필라멘트에 강한 바람이 직접 닿으면 출력물의 냉각 속도가 달라지면서 워핑(Warping)이나 층간 접착 저하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출력물의 크기가 크거나 모서리가 넓은 모델, ABS·ASA처럼 수축의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는 소재에서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출력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름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출력물에 강한 바람이 직접 닿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와 이를 줄이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름철 찬바람이 워핑에 영향을 주는 이유
FDM 방식의 3D 프린터는 녹인 필라멘트를 한 층씩 적층한 뒤 냉각하면서 형태를 만들어 갑니다.
플라스틱은 온도가 내려가면서 수축하기 때문에 출력 과정에서 각 부분의 온도 차이가 너무 커지면 내부에 응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출력물의 일부에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강한 바람이 직접 닿으면 해당 부분이 주변보다 빠르게 냉각될 수 있습니다.
이때 출력물 전체가 비슷한 속도로 식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냉각 속도가 달라지면 모서리가 베드에서 들리는 워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베드에 붙어 있는 아래쪽은 가열된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위쪽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냉각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큰 평면이나 모서리가 많은 모델에서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출력물이 워핑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재의 수축 특성, 모델의 크기와 형상, 베드 접착력, 노즐과 베드 온도, 냉각 설정, 주변 온도와 기류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여름철 냉방 환경에서 워핑을 줄이는 4가지 방법
1. 강한 직사풍을 출력물에서 피하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프린터에 직접 닿는 바람입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바람이 출력물에 계속 직접 닿는 위치라면 프린터를 조금 옮기거나 바람의 방향을 조절해 주세요. 중요한 것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출력물에 강한 기류가 직접 닿는 상황을 피하는 것입니다.
특히 큰 출력물을 만들 때는 프린터 주변의 공기가 한쪽 방향으로 강하게 흐르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출력물에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환경의 급격한 냉각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소재에 맞게 주변 환경과 냉각 설정을 조절하기
모든 필라멘트에 같은 냉각 조건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PLA나 PETG는 일반적으로 ABS나 ASA보다 워핑 문제가 적은 편이며, 출력물의 형태에 따라 충분한 부품 냉각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ABS나 ASA처럼 열수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재는 차가운 주변 공기나 강한 기류에 더욱 민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재는 안정적인 주변 온도를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인클로저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여름철이라고 해서 무조건 냉각 팬을 낮추거나 주변 온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필라멘트의 제조사 권장 프로파일을 먼저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첫 번째 레이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소재와 출력에서는 초반 몇 개 레이어의 냉각을 줄이는 것이 베드에서 출력물이 떨어지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소재에 동일하게 팬을 0%로 설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3. 브림으로 베드와 닿는 면적 늘리기
큰 출력물이나 모서리가 많은 모델에서 워핑이 발생한다면 슬라이서의 브림(Brim)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브림은 출력물 주변에 추가적인 라인을 만들어 베드와 접촉하는 면적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특히 바닥 면적이 넓고 모서리가 들리기 쉬운 모델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Prusa 역시 워핑 방지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브림 사용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브림의 폭을 무조건 5~10mm처럼 고정해서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출력물의 크기와 형상, 베드 접착 상태를 보고 필요한 만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서리 부분만 집중적으로 들리는 모델이라면 작은 보조 형상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4. 베드 상태와 온도 확인하기
강한 찬바람이 워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베드 접착 상태가 좋지 않다면 다른 원인 때문에 출력물이 들릴 수도 있습니다. 출력 전에 베드 표면에 먼지나 유분이 묻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사용하는 빌드 플레이트 제조사가 안내하는 방법으로 표면을 청소해 주세요.
예를 들어 Bambu Lab의 Textured PEI Plate는 먼지와 유분이 접착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세제와 물을 이용한 세척을 권장하고 있으며, IPA도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또한 플레이트에 따라 접착제 사용 조건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제조사 지침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드 온도 역시 여름철이라고 임의로 낮추기보다는 사용하는 필라멘트와 빌드 플레이트에 맞는 권장 범위에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드 온도를 높이면 접착력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지만, 온도를 무조건 높이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모델과 소재에 따라 적절한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인클로저가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프린터 전체를 인클로저로 둘러싸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사용하는 소재와 프린터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ABS나 ASA처럼 주변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재는 안정적인 주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클로저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PLA나 PETG처럼 충분한 부품 냉각이 필요한 소재는 인클로저 내부의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에 PLA나 PETG를 출력하면서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것이 문제라면 처음부터 프린터 전체를 밀폐하기보다 프린터 위치를 바꾸거나 직사풍을 막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 간단합니다.
프린터 자체의 소재 지원 범위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Bambu Lab A1 mini는 PLA, PETG, TPU, PVA를 이상적인 소재로 안내하고 있으며 ABS, ASA, PC, PA, PET 및 일부 섬유 강화 소재는 추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A1 mini를 사용한다면 ABS나 ASA의 워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인클로저를 추가하는 것보다 우선 제조사가 권장하는 소재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재별 워핑 민감도는 어떻게 다를까?
소재마다 냉각과 수축에 대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아래 표 역시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 일반적인 경향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용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소재 | 일반적인 워핑 경향 | 냉방 환경에서 참고할 점 |
|---|---|---|
| PLA | 낮은 편 | 강한 직사풍이나 큰 평면에서는 모서리가 들릴 수 있으므로 주변 기류를 확인 |
| PETG | 비교적 낮은 편 | 베드에 강하게 붙을 수 있으므로 빌드 플레이트와 접착 조건을 함께 확인 |
| ABS | 높은 편 | 차가운 기류와 주변 온도 변화에 민감할 수 있어 안정적인 환경이 중요 |
| ASA | 높은 편 | ABS와 마찬가지로 주변 온도와 기류의 영향을 줄이는 것이 중요 |
특히 ABS와 ASA는 일반적인 PLA 계열보다 워핑에 민감한 소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PLA와 PETG는 상대적으로 수축이 적지만, 모델 형상이나 출력 환경에 따라 워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다면 원인을 순서대로 확인하세요
여름철에 갑자기 출력물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해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만 원인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라면 다음 순서로 확인할 것 같습니다.
- 출력물에 강한 바람이 직접 닿는지 확인
- 베드 표면의 먼지와 유분 확인
- 첫 번째 레이어가 제대로 형성되는지 확인
- 필라멘트와 빌드 플레이트에 맞는 온도 확인
- 필요하다면 브림 적용
- 소재의 특성에 맞춰 냉각과 주변 환경 조정
이렇게 원인을 하나씩 확인하면 불필요하게 여러 설정을 동시에 변경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필라멘트마다 출력 특성과 수축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냉방 환경에서도 소재별로 대응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ABS와 PETG의 출력 특성과 설정 차이가 궁금하다면 [3D 프린터 ABS vs PETG 비교: 특징, 출력 난이도와 설정 차이] 에서 비교해 보세요.
여름철에는 ‘시원함’보다 ‘안정적인 환경’이 중요합니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해서 한여름에 에어컨을 끄고 작업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찬바람이 출력물에 강하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소재에 맞는 출력 환경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PLA나 PETG처럼 비교적 워핑이 적은 소재라면 프린터 위치를 조금 옮기거나 직사풍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ABS나 ASA처럼 수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재를 사용한다면 주변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출력물이 베드에서 들리기 시작했다면 무조건 베드 온도를 올리거나 팬을 끄기보다는 기류 → 베드 상태 → 첫 레이어 → 온도와 냉각 설정을 하나씩 확인해 보세요.
저 역시 처음에는 출력 실패의 원인을 한 가지 설정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여름철 3D 프린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출력물이 너무 급격하게 냉각되는 환경을 피하고, 사용하는 소재와 프린터에 맞는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