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M 방식의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메이커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아무리 슬라이서 설정을 정교하게 튜닝하고 미세한 적층 높이로 출력을 진행하더라도, 플라스틱을 한 층씩 쌓아 올리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표면에 가로지르는 미세한 ‘층간 결(Layer Lines)’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기계 부품이나 단순 테스트 출력물이라면 이대로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소품, 피규어, 혹은 완성도 높은 완제품을 목표로 한다면 표면의 층간 결이 눈에 띄는 경우에는 전시용 모델이나 완성도 높은 시제품의 외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시중의 사출 성형품처럼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샌딩과 퍼티 등의 후가공을 통해 3D 프린팅 특유의 층간 결이나 출력 흔적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사포질(Sanding)’과 ‘퍼티(Putty) 작업’을 중심으로, 3D 출력물의 표면을 정리하는 기본 원리와 단계별 작업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3D 프린팅 후가공의 기본 원리: 깎아내기와 메우기
표면의 거친 결을 제거하는 가공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동작의 반복으로 이루어집니다. 튀어나온 적층면을 갈아서 낮추는 ‘깎아내기(샌딩)’와, 레이어 사이의 계곡 같은 홈을 채워 넣는 ‘메우기(퍼티)’입니다.
플라스틱 표면을 무작정 사포로 밀어버리면 골짜기 깊이만큼 본체가 얇아지거나 디테일이 뭉개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포질로 1차 거친 면을 정리한 뒤, 미세한 홈은 퍼티로 메우고 다시 고운 사포로 다듬는 유기적인 빌드업이 필수적입니다.
PLA와 같은 열가소성 수지는 샌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부위를 강한 힘으로 반복해서 건식 샌딩하면 표면이 연화되거나 플라스틱 가루가 사포에 달라붙어 작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부위만 계속 문지르기보다는 적당한 힘으로 여러 방향을 나누어 작업하고, 필요하다면 습식 샌딩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면서 표면을 균일하게 다듬기 위한 단계별 작업 방법을 아래에서 소개하겠습니다.
1단계: 거친 면을 잡아주는 1차 샌딩 (건식 vs 습식)
첫 단계는 베드에서 막 떼어낸 출력물의 서포트 자국이나 크게 튀어나온 적층 오차를 가볍게 깎아내는 작업입니다.
- 사포 번호(Grit)의 이해: 사포 뒷면에 적힌 숫자는 숫자가 낮을수록 입자가 거칠고 많이 깎여 나가며, 숫자가 높을수록 입자가 고와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줍니다.
- 시작은 180번 ~ 240번으로: 처음부터 고운 사포를 쓰면 결이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180번이나 240번 정도의 거친 사포를 이용해 표면 전체를 가볍게 원을 그리듯 문지릅니다. 이때 한 부위만 집중적으로 밀면 구멍이 나거나 변형이 오므로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힘을 분산해야 합니다.
- 물사포질(Wet Sanding)의 생활화: 사포에 물을 적셔 작업하는 습식 샌딩은 마찰열과 분진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넓은 면적을 오랫동안 샌딩할 때 건식 샌딩보다 작업 환경을 관리하기 편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자 부품이 포함된 출력물이나 물에 닿으면 안 되는 부품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 깊은 골짜기를 없애는 퍼티(Putty) 작업
1차 사포질을 끝내도 적층 깊이에 따라 눈에 보이는 잔선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빈 공간을 메워주는 구원투수가 바로 퍼티입니다. 대중적으로 쓰이는 퍼티는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 퍼티 종류 | 특징 및 추천 용도 | 사용 방법 |
|---|---|---|
| 레드 퍼티 (1액형 자동차용) | 건조가 매우 빠르고 치약 같은 점성을 가져 미세한 층간 결을 메우기에 가장 좋습니다. | 붓이나 플라스틱 헤라를 이용해 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표면에 얇게 펴 바릅니다. |
| 에폭시 퍼티 (2액형) | 찰흙처럼 두 가지 점토를 섞어 쓰는 방식이며, 건조 후 플라스틱 수준의 단단한 강도를 가집니다. | 서포트를 떼어내다 크게 파인 홈이나 부러진 모서리 등 볼륨을 재건해야 하는 곳에 붙여 성형합니다. |
| 필러 서페이서 (스프레이형) | 입자가 두꺼운 특수 액체 퍼티 성분이 포함된 프라이머로, 넓은 면적의 잔결을 고르게 메워줍니다. | 일반 프라이머보다 결 메움성이 좋으며, 전체적으로 2~3회 얇게 레이어링하여 분사합니다. |
[실전 팁] 층간 결을 줄이는 용도로는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드 퍼티(일명 튜브 퍼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부위에 헤라로 얇게 밀어 넣듯 바른 뒤, 제품에 따라 다르므로 제조사가 안내하는 건조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퍼티는 건조 과정에서 부피가 미세하게 수축할 수 있으므로, 결이 깊게 패인 부분은 한 번에 너무 두껍게 바르기보다 살짝 도톰하게 바르거나 여러 번 나누어 채우는 방식이 좋습니다.
3단계: 거울 표면을 만드는 정밀 샌딩과 마무리
퍼티가 돌처럼 완전히 굳었다면, 이제 표면에 남은 잉여 퍼티를 갈아내어 원래 모델링의 뼈대만 남기는 마지막 샌딩 작업에 들어갑니다.
- 400번 사포질: 퍼티가 주변 표면보다 높게 올라온 부분을 400방 정도의 사포로 조심스럽게 정리합니다. 퍼티와 출력물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까지 표면을 확인하면서 샌딩합니다.
- 600번 ~ 800번 마무리: 이제 표면의 거친 느낌이 줄어들고 손으로 만졌을 때 비교적 균일해질 때까지 600번에서 800번 사이의 고운 사포로 부드럽게 물사포질을 진행합니다.
- 세척 및 건조: 사포질이 끝나면 틈새에 낀 미세 플라스틱 가루와 퍼티 분진을 못쓰는 칫솔과 중성세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내고 그늘에서 바짝 말려줍니다.
충분히 샌딩하고 퍼티 작업을 반복하면 층간 결과 서포트 제거 흔적을 눈에 띄게 줄이고 보다 매끄러운 표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내심의 크기가 결과물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3D 프린팅 출력물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반복 작업이 필요합니다. 샌딩으로 돌출된 부분을 정리하고, 깊은 홈이나 구멍은 퍼티로 메운 뒤 다시 샌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층간 결과 출력 흔적을 점차 줄일 수 있습니다.
출력 목적에 따라 모든 표면을 동일한 수준으로 후가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눈에 잘 띄는 부분이나 표면 품질이 중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샌딩과 퍼티 작업을 적용하면 작업 시간과 결과물의 완성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800번 사포질과 세척까지 완료하여 아기 피부처럼 매끄러운 표면을 완성하셨다면, 후가공의 가장 힘든 고비는 완벽하게 넘기신 셈입니다. 이제 이 깨끗한 도화지 위에 프라이머를 올리고, 원하는 색상을 얼룩 없이 균일하게 올려 기성품처럼 도색하는 테크닉이 필요한데요. 붓 도색부터 스프레이 캔 도색, 그리고 최종 코팅 마감재 선택까지 한눈에 보고 싶다면 [3D 프린팅 후가공 마스터 가이드: 샌딩과 도색으로 품질 높이기] 글을 보시고 완성도의 정점을 찍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